포스팅을 위한 글2015.07.12 22:44

  

 

바둑을 두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이었고, 그 아이가 지금 중2 이니까

시간이 꽤 흘렀다.

지금 다시 바둑을 둘 수도 있겠지만, 그 전 만큼 모든 것을 빨아들일 만큼의 강한 충동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승부의 결과에 따라, 말 그대로 희로애락 (喜怒哀樂) 이 꿈틀대던 시기였던 지라, 바둑 승부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대단했었던 것 같다. , 지금은 바둑이 내 삶에 있어서 그런 대단한 의미부여를 해 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젊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나이 동안, 내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취미생활에 대한 회고그 쯤으로 남겨두고, 14년전그 챕터쯤에서 책장을 덮어버린 셈이다.

 

또 하나, 바둑의 영웅들

그 때에….탐닉했던 또 하나의 소재가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삼국지, 수호지대망(大望) 같은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탐독을 능가하는, 바둑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남긴 명국, 모든 것들을 가리지 않고 흡입하듯 읽어 내려갔고, 그 얘깃거리들이 새겨지듯 머리 속에 쌓여나갔다. 도사쿠, 죠와, 슈사쿠, 오청원, 하시모토 우타로, 기다니 미노루, 사카다 에이오, 후지사와 슈코, 임해봉, 가토, 이시다, 다케미아, 오다케, 조치훈, 조남철, 김인, 김희중, 조훈현, 서봉수, 윤기현, 하찬석, 서능욱, 고바야시 고이치, 섭위평, 마효춘, 예네위, 유창혁, 이창호, 상호 (창하오) 까지그 이후는 잘 모른다. 아마도, 바둑과 단절해 버린 그 시점부터 일 것 같다.

 

그 중 조훈현 국수

40대를 넘은, 바둑께나 좋아한다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수준그쯤 까지는이 불세출의 천재기사에 대한 이야기들, 대국 에피소드에 대하여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겨우 나이 네댓 밖에 안 된 코흘리개, 전남 목포의 꼬마가 난생 처음큰 아버지와 아버지가대청마루에서 바둑 두는 것을 세네판 지켜보다가, 그 다음판 부터는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

프로기사를 선발하던 대국 한판 한판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모른채, 사탕을 입에 물고 대국장 여기저기를 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패배를 몰랐던, 그 의미도 잘 모른채 덜컥 9살에 프로기사가 되어 버린 천재소년….

한국에서 이 천재 바둑소년의 잠재력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渡日하여 세고에 겐사쿠 문하에서 20살까지 10년을 보냈던 나날들.

후지사와 슈코와의 인연.

일본기원 연구생 시절, 혼자서 세개의 대국 (세개의 대국 모두가 종반, 패감 싸움에 초읽기에 몰렸다고 함)의 초읽기를 불러주고 오류 없이 모든 기보를 기록 했다는 이야기.

세고에 선생집 강아지 벵케이와의 추억

병역문제로 갑작스런 귀국, 그리고 스승 세고에 겐사쿠의 자살

아직 일본기원 기사명부에 남아있다는 조훈현 5, 일시 귀국중…’ 기록.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공군 초병 조훈현의 좌충우돌.

제대.

김인 9단을 딛고 일어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속력행마, 일류감각으로 동갑내기 서봉수를 억누르고, 국내 바둑계를 평정.

그리고 십수년, 바둑계의 1인 제왕.

이창호를 내제자로 거두고...

1989년 응창기에서 고바야시 고이치와 섭위평에게 거뒀던 기적적인 역전승

평창동으로의 이사.

그리고 그가 가졌던 모든 것을 제자 이창호에게 내어주고

제왕의 왕관을 벗는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투혼과 도전..

너무 압축되어 버린 요약 일진데

 

위에 열거한 불세출의 바둑기사들, 그 누구보다도 그 삶과 승부가 가장 극적이었던 인물.

曺 국수가 그간 출간해 온 바둑책들혹은 비디오 바둑교재도 포함하여…, 바둑정석, 포석, 수읽기, 형세판단혹은 바둑 관전기자들 (이광구씨, 박치문씨 같은) 이 쓴 조훈현에 대한 이야기책들 까지 포함하여 대부분 읽어 본 기억이 있다.

 

얼마 전 그가 수필을 내 놓았다. 글쎄, 수필이라고 해야 할지젊은이들을 위한 자기개발서 라고 해야 할 지….그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 지잘 모르겠다. 이제서야 내 손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들고, 부제들을 몇줄 읽었을 뿐이니깐

 

최근 페이스북에, 이 책의 일부 내용을 인용한 문구들이 많이 올라온다.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 나 못지않게 한 때 바둑에 빠져 있었다든가아니면, 이제 중년쯤 되는 내 또래, 조훈현 9단의 열혈팬들이 그 이름이 반가워서 좋은 말들을 막 올리는 모양이다. 또한, 언론등에서도, 한 때 잊혀져 버렸던 老 제왕의 재등장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을 매개로 그의 이름이 다시 올라온 것은이유는 어쨋거나, 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일임엔 분명하니까.

 

, 이제 페이지를 넘겨가며

느긋하게 曺 9단의 생각을 음미해 보련다.

 

 

Posted by 제플린 Connery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