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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위한 글

해질 무렵, 창덕궁 깊은 안채 뜨락에 서서…

 

<창덕궁 어느 곳...>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 駿)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장면 중에서…

퇴락해서 버려진 테마공원이, 날이 저물어 어두워 지면서 또 다른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쉽게 말해서, 거리와 건물에 Fade-in 되듯 불이 켜지고 귀신과 유령들이 잠에서 깨어나 그들만의 밤의 세계가 열리는 scene인데, 그 장면이 으스스 하기 보단, 화려한 색감, 밤의 영혼 군상 (群像) 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더하여… 행진곡풍의 음향 삽입까지 …

 

밤의 영혼들이 잠에서 깨어나 활보하는 장면이면, 으레….좀 섬뜩하고 으시시 할텐데, 이런 feel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과연, 창작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로구나…라는 감탄이 나옵니다.

 

백 수십여년 전, 창덕궁 깊은 이곳 전각안, 안 뜨락에서도…

이 시각 쯤에, 이곳 저곳 등(燈)에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많은 궁녀와 나인 (拿引) 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또는,…윗전들이 분부한…이러저러한 잡일들을 처리하느라….분주히 오갔겠죠.

 

가만히, 저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러한 판타지가 내 눈앞에서 벌어지면 안되나?...하는 ‘헛된’ 기대감도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길게 딴 머리 끝에 빨간 댕기를 단 어린 나인이, 어디선가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을 지,…. 종종 걸음으로 내게 다가 와… ’나으리는 뉘시온지요?’ 하고 말을 걸어오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