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와의 동경 밀회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오야마 (大山)는 가나가와 겐 (神奈川県) 내에서도 제법 높은 산이다. 해발 1260여 미터?...이세하라 (伊勢原)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의 종점이 이 산의 어귀인데, 상가 골목을 뒤로하고 40여분간 돌계단과 등성이를 올라가면, 규모가 제법 큰 神社가 있다. 케이블카가 이곳까지 설치되어 있지만, 난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날 날씨가 그리 좋지 못했다. 산 아래는 비가 오는데, 신사가 있는 고도는 진눈깨비 (정확히 말하자면, 비가 더 많은 진눈깨비) 가 흩날리고 있었다. 내 복장상태를 한번 훑어보자. 상의는 가죽점퍼, 검은 면바지, 나이키 농구화, 그냥 둘러메는 가방, 오른손에는 우산~~…
씩씩하게 정상쪽으로 향하는 산길로 접어들 무렵, 근처 집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한 아주머니가 뛰어나온다. 뭐라뭐라, 하시는데, 요지는… 짐작컨데, 아마도 이런 시나리오 였을 듯 싶다.
“너, 이런 날씨에 산에 가려고 하니?”,
“はい!”, “
“너, 그 꼴로 정말 산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하는 거니?”,
“はい!”
“무슨 소리야, 이렇게 날씨도 않 좋고, 겨울 산행준비도 안 된 상태로는 무리야!
“はい!”
“위험하다구~~이 또라이야!”
“はい!”
날 걱정해 주시는 이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나는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는 굵은 눈발로 바뀌고, 경사도는 점점 더 심해졌다. 눈이 쌓은 아래로 땅바닥 쪽에는 물이 흘러다니는 지라, 내 농구화는 금새 젖어들었고, 지면의 미끄럽기는 비할 바 없었다. 이 신발의 밑창구조로는 도처히 등판 마찰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수없이 미끄러지고 구르다 보니, 가죽점퍼도 젖고 등쪽 어느 부분은 찢어진 것 같았다. 우산살도 몇군데 부러져버렸다. 해발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이따금씩 나타났다. 900여 미터 지점에 다다랐을 때 였다. 高度 표지판 옆에 이런 표지판도 덤으로 하나 서 있었다.
“野生動物 出現主意!” …
이건 또 뭔 말인가?
쎈 바람 한줄기가 숲을 훑고 지나가며 묘한 “부비적!” 소음을 만들어 낸다. 더럭 겁이 났다. 그 표지판을 향해 소변을 본 후, 난 꼭대기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1000미터 지점에서 갈래길이 나왔다. 우측으로 틀어야 정상방향이다.
근데, 와아~…
사람 발자국이 보였다. 시간상으로 얼마 경과되지 않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반가웠다. 다리의 속도를 더욱 빨리 했다. 아마도 4시간 정도의 사투였으리라. 이윽고, 오야마 정상의 산장에 도착했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들도 먼저 도착해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완벽한 겨울산행 장비로 무장한 멋진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헝크러진 머리결, 몇 군데 찢어진 데다 푸욱 물에 젖은 가죽점퍼, 바닥 맨들맨들한 하얀 농구화, 거기에 세 군데 정도 살이 부러져 버린 검은 우산을 치켜 든 오른손이 외관 코디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곡괭이 들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온 ‘일룡 엄니’를 보는 시선에 다름 아니다.
솔직히, 좀 창피했다. 산장 뒤로 가서 기념 소변을 보고…Back home 길을 서둘렀다. 디카를 가지고 올라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어짜피 그 곳은 눈보라와 구름으로 가득차서 시계가 거의 제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찍을 만한 대상도 없었다.
하산하는 길은 더 심한 Rolling & Tumbling 코스가 날 반겨주었고 우산살의 나머지 절반도 그 와중에 결단이 났다.
고마운 것은 산아래 신사에서 나를 만류해 주시던 그 아주머니다. 그녀는 내가 하산해서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갈 때까지, 나의 무사함 여부를 확인코자 했던 모양이다. 엉망이 된 몰골로 하산하던 나의 모습을 발견한 그 아주머니…쪼르르 달려오셔서…
“야, 너 괜챦니?”
“はい!”
“너, 정말로 저어기 정상까지 갔다 온 거야?”
“はい!”
그녀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나를 진심으로 염려해 주었든 싶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욕탕에 몸을 담근 채로 (반신욕) 뻗어 버리고 말았다.
그 아주머니는 지금도 건강하실까?
오야마 신사에 사시는 그 아주머니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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