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해가 1982년...
1982년 이면, 프로야구 원년이기도 하고...
교복 자율화가 이뤄지기 1년전, 두발 자율화는 허용... 전두환 정권의 민심 진작책이었는지...다른 꼼수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까만 교복을 마지막으로 입은 세대로서,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이곡이 음반발매와 함께 방송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누가 뭐래도 조용필 천하였다. 그 당시 조용필은 '창밖의 여자'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으로 가요계를 휩쓸고 있었다. 물론, 그 후로도 아주 오래도록 지속된 치세였지만...
황제 조용필 치세의 가요계에 뽀글뽀글 곱슬머리에 나비금테 안경을 쓴 젊은 사내가 혈혈단신 검객처럼 가요계에 등장하며 파란을 몰고 왔는데, 그 노래가 바로 '잊혀진 계절' 이었다.
당시 임성훈과 여자 진행자 (계속 바뀌었음) 가 진행하는 '가요 톱텐' 에선, 매주 불꽃 튀기는 일등 경쟁이 매주 벌어졌다. 송골매 '모두 다 사랑하리' , 조용필 '못찾겠다 꾀꼬리'. 윤시내 'DJ에게', 이용 '잊혀진 계절' , 문성재 ' 부산 갈매기 ' 등등... 현재까지도 가요역사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쟁쟁한 넘버들이 엎치락 뒤치락 했다.
http://music.bugs.co.kr/musicpd/albumview/6828
가요대상은 12월 30일에 생방송으로 방송되었고, 'MBC 10대가수'는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역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KBS 가요대상은 MBC 10대가수의 절대적 인기에 맞대응 하고자 1980년대 초에 와서야 만들어진 프로그램였지만...MBC 10대가수의 역사전통이 훨씬 앞섰기 때문에, 1년의 마지막날에 방송되는 상징성을 KBS가 빼앗아 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MBC 10대가수 챔피언이 발표되는 순간...전국이 들썩였다. 그리고...몇분뒤 재야의 타종행사가 있었고, 그렇게 새해를 맞이 하곤 했다. 신년 1월 1일의 대화 주제는 10대 가수왕에 대한 것이었으니... 그 권위와 인기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1982년 'KBS 가요대상'은 황제 '조용필' 에게 돌아갔다. 뭐, 황제니까...다들 그러려니 하고 끄덕였다. 연말 이런류의 방송때, 나머지 가수들은 조용필의 그저 들러리...같은 느낌을 ... 중 1이었던 나도 가졌을 정도 였으니까...그런데, 그 다음날 일이 터졌다. 필마단창의 검객 이용이, 황제 조용필을 밀어내고 MBC 10대 가수왕을 거머쥐었던 것이다. 조용필의 다소 어색한 머쓱함과 이용의 포효가 교차하며, TV를 지켜보는 전국민이 이 극적인 장면에 무릎을 쳤다.
그렇게, 신성으로 등장한 이용은 그 후, 나름 히트곡을 발표하며 가요계에서 선전했으나...그 이후 년도의 가요대상이나 10대가수 에선...다시 조용필의 집권으로 돌아섰고, 그 이후로 10여년 정도를 계속 그의 치세를 연장했다.
이용은 한창 인기있던 그 무렵, 그를 뒷바라지 해 주던 조강지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그가 힘들게 이루어 놓은 것들을 내팽게치고 미국으로 사라졌다.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그는 그렇게 가요계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라는 감성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곡조가... 언제부터인지, 10월 말일날이면 어김없이 방송에서 흘러나왔고, 시간이 꽤 흘러간 뒤에...이용은 다시 가요계에 돌아왔다.
이렇게 하나의 특정시점에, 전국민이 애청하고 또 애창하는 가요가 또 있을까?
이용은 '잊혀진 계절'의 대히트 이후로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행복한 가수이지 않나 싶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찾으니까...
그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집근처 소래습지의 저녁. 백로 가족이 고단한 날개를 접고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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