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비로봉에서>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세면대에 서서…
문득, 거울을 쳐다보면, 아버지랑 비슷하게 닮은 어떤 중년 사내가 서 있습니다.
‘어이쿠, 아부지 ~ ‘
코도 그렇고, 눈도 그렇고, 입도 그렇고…
제 얼굴 어느 한군데를, 콕 찝어서, 어느 부분이 아버지의 그것과 닮았다는 말은 아닌데요.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얼굴의 윤곽과 분위기가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거울을 보고, 제 스스로 깜짝 놀랄 만큼요. 약간 각진 턱선, 약간 긴 콧날, 귀의 위치…
뭐…거울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울아부지 얼굴 모습…
요새 흰머리가 많이 늘어나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는 7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제 기억에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속 깊으셨지만, 겉으로 자식사랑을 표현하는 분은 아니셨는데요. 근데,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제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려던 무렵… 맏아들 사랑이 대단하셨대요. 아버지는 옛 어른 치곤, 만 서른을 넘겨서 늦 결혼을 하셨고, 제가 첫 아이가 바로 저 였어요. 퇴근 후에 집에 오시면, 가느다란 털실을 제 작은 선에 쥐도록 하시고 저만큼 몇 발짝 뒤로 물러서신 다음…털실을 살살 당기면서 저를 아장아장 걷도록 하는 재미로…저녁 식사하는 것도 거르실 만큼…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하네요?
철들고 나서,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 모습은…
말이 별로 없으셨고… 그렇다고…자식을 막 야단치거나 험하게 다루시는 분도 아니었어요. 자식이 하고자 하는 바를…묵묵히 뒤에서 응원하시는 그런 분이셨는데요.
저도 맏아들. 아버지도 맏아들. 할아버지도 맏아들. 증조할아버지도 맏아들. 고조할아버지도 맏아들… … … 9대조 할아버지도 맏아들…
가문의 리더로서,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이 가끔은…고달플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누군가가 대신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어오. 제가 해야죠. 아버지가 하셨던 것 처럼….
거울속의 내 얼굴을 보면서, 가끔은 아버지가 그리워요. 좀 힘들 때면 더욱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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