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스팅을 위한 글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성곡미술관,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사진 展에서...>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1913 ~ 1954)

 

로버트 카파는 살아 있을 때 부터 이미 전설이었다. TV가 대중화되기 전, 사진 화보가 최첨단의 미디어로 각광받던 시대의 신화를 써 내려갔다. 그는 전쟁영웅이었다. 전장에서 총의 방아쇠를 담김으로써가 아니라, 사진기의 방아쇠를 누름으로써 영웅이 되었다. 19세기에도 크림전쟁을 기록한 로저 펜턴, 미국 남북 전쟁을 담은 매튜 브래드 등 전쟁 사진가가 있었지만, 그것은 '죽은 전쟁사진' 이었다.

 

20세기의 카파가 세상에 내놓은 건 '살아있는 전쟁사진' 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전쟁의 긴장감이 사진 안에서 꿈틀댔다.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스페인 내전을 담은 카파의 기록은 '세계사진사'와 '세계전쟁사' 에서 빠지지 않고 삽입되는 이미지가 되었다.

 

전쟁을 산파라 부른다면, 카파는 산모였으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포토저널리즘' 이었다.

카파는 참회와 함께 전쟁의 드라마도 선물했다. 그의 결정적 순간들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들과 만나 전설적인 사진 집단 '매그넘' 결성으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쟁에 온몸을 던지는 불굴의 의지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 게다가 이민자가 풍기는 신비감까지, 카파는 영웅의 자질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담배를 피워 문 그의 모습은, 제임스 딘과는 다른 차원의 남성미를 풍긴다. 살아서 영웅이었던 그가 1954년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 그것이 어떤 전설로 증폭되었을지는 상상 그대로다.

 

카파는 그 자신의 남성미로, 남성성이 격돌하는 전쟁의 참화를, 남성의 기계인 사진기에 담았다. 사진기의 작동방식이 총의 그것에 비유되고, 그것들이 다시 남성의 그것에 비유되는 것은 여간 적절한 관찰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다가감, 그냥 다가감도 아니고,...'충분한 다가감'이란 무엇일까.

 

문제의 문구는 카파가 남긴 말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대목인데, 가장 남용된다는 점에서도 논쟁적이다. 다행스러운 건 카파의 진의가 무엇이었든, 이 말에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사진은, 거리에 대한 감각과 사유를 필요로 한다. 물러섬과 다가감, 그것을 물리적 거리에 국한하지는 말자. 나에게 타자는, 심리적 거리감을 재고 따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

 

카파의 2차대전 종군을 다룬 책 <Slightly Out Of Focus>가 한국에서 <그 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은, 여러 모로 생각을 유발한다.

 

 

[출처 : 노순택 著 에세이 "사진의 털" 中, Page 205, 206]

 

<생전의 Robert Capa>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21k143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