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 16일이 마누라하고 결혼한 날인데요. 그러니까, 올해가 만 19년이 되는 거죠. 사내아이들 둘 낳아서, 키우고 직장생할, 사회생활에 열심열심…나름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좌충우돌…
그 기간동안, 15평짜리 작은 아파트 전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분양 받아서 입주하기까지 이사를 여섯번 정도했던 것 같은데요.
뒤돌아 보니, 이 세월 동안 제 주변에 많은 변화가 스쳐 지나갔더군요. 얼마 전에 결혼식 사진 앨범을 펴 보았습니다. 제 친부모님, 장인 장모님…네 분 중에서, 이제 한 분만 저희들 곁에 계시구요. 친척분들 중에서도, 세상을 떠 나신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선후배들 중에서도 연락이 끊기거나 왕래가 안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아! 이때 이 형도 예식장에 왔었구나…; 이 친구는 지금 어디에 살지? 독일로 이민 갔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마누라와 같이 앨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렇게 장탄식이 오고 갔습니다.
네, 시간이 많이… - 아니, 빨리 쉬익! – 지나가 버렸음을 실감했습니다.
대략 한달 쯤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마누라가, 4월 16일 하루 휴가를 낼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평일이니까, 다 큰 애들 지네들끼리 저녁밥 챙겨 먹으라고 하고…부부만 낮에 제주도로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자구~…하면서요. 제주도는 가족들과, 재작년 여행을 다녀 온 적도 있어서, ‘제주도? 또? 왜? ‘ 이렇게 대꾸했는데요.
사실, 제가 또래 친구들 보다 결혼을 좀 일찍 한 편인데요. 대학 졸업하면서, 취직하자마자 양가 어른들이 바로 결혼식 날짜를 잡으셨고, 신입사원 연수기간이 다 끝나기도 전에 결혼식을 치뤘거든요. 그 당시 울산에서 근무했을 때 였고, 예식장 잡는 것, 예물 준비하는 것, 신혼집 구하는 것, 신혼집으로 이사하는 것 등등… 주말마다 울산과 인천~서울을 오가면서, 꽤 힘들고 수습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요. 신혼집은 마누라 직장이 있는 인천에 15평 아파트 전세로 집을 마련해 놓은 것이었는데, 이사날짜가 여유가 없어서, 신혼여행을 ‘비정상적으로’ 다녀올 수 밖에 없었거든요. 지금은 흔한 동남아 3박 4일은 고사하고, 고작 제주도 1박 2일이었습니다. 상황이 그러해서, 당시에는 어쩔수 없는 거 아니냐? 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마누라에게 두고두고 심심하면, 한방씩 얻어맞는 투정거리가 되어 버렸죠.
그렇게 1박 2일 동안 다녔던, 몇 군데 되지도 않는, 제주도의 장소들을 이번에 다시 가 봤던 거에요. ‘여기가 그때 거기 맞어?’ …대부분 이런 느낌이었는데요...그래도 그때 보다 좋은 것은, 기분이 아주 느긋했다는 것….이거에요.
전세집 이사들어가는 것 때문에, 쫓기는 마음도 없었구요. 애들 밥 챙겨주는 것도 제꼈구요. 렌터카 타고…네비게이터가 알려주는 대로 슬슬 돌아다니며, 적당한 곳에 주차시켜 놓고, 느긋하게 사진 좀 꽤 찍었습니다. 결혼기념일 19 주년이 이렇게 지나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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