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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2.03 오대산 노인봉 (2021. 1. 30)
  2. 2021.01.30 진고개, 노인봉 가던 길 (2021. 1. 31)
포스팅을 위한 글2021. 2. 3. 08:00

1994년, 그 뜨거운 여름...

김일성이 죽었던 그 여름...

나정이와 쓰레기가, 신촌 어디에선가 달달한 연애를 했던 '응답하라 1994' 여름...

그 해, 7월초에 여기를 지나서 소금강으로 향했었다. 사회 초년생, 첫 여름휴가 때 였었지? 아마...

그로 부터 27년이 지났다. 아주 뜨거운 여름 대신에, 가장 추운 겨울날을 고른 셈이었지만...

그 때에, 이렇게 근사한 정상석 (頂上石) 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랬던가?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전 기억이라서...)

험악한 눈구름이 머리 위로 휙휙 지나가고, 동남쪽 하늘에 일출의 바알간 기운이 잠시 보였다가, 이내 먹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행여나 해를 볼 수 있을까?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강풍이 몸을 밀어제끼고, 가져온 생수통이 얼어붙어 가고 있다. 주머니 속의 핫팩만이 꿋꿋이 내 응원군이 되어주고 있었는데...

쩝... 오늘도 그냥 평범한 내야 땅볼인거야?...

노인봉을 떠나기 전, 뒤돌아 한컷...

(후기 : 일출 태양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진고개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찍어 놓았던 발자욱들은 모두 눈보라 속에 사라져 버렸고, 한발짝 한발짝 길을 다시 뚫을 수 밖에 없었다.)

Posted by 제플린 Con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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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위한 글2021. 1. 30. 21:09

눈보라가 가히 공포스러우리 만큼 거센 새벽...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지점이 허다하고, 쌓인 눈으로 등산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앞서 간 사람의 흔적은 없다.

러셀링... 푹푹 빠지는 눈길에 발자욱을 내며, 등산로를 만들며, 전진 그리고 전진...

사하라 사막의 미세모래가 쉼없이 강풍에 실려 이동하듯이, 내가 깊이 새겨놓은 발자욱 들도 가공할 눈바람들 속에 흔적이 삼키어져 갔다.

노인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동남쪽 지점에 붉은 기운이 보일 듯 하다가 금새 검은 눈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길 반복하더니, 결국 아침 8시를 넘겨버리고... 

황병산 윤곽도 보일 듯 말 듯...눈보라는 짙고 강하게 시야를 가로 막았다. 이미 얼어붙기 시작한 물병 속에 남아있는 물 몇모금, 초코렛 두어개...양쪽 주머니에 든 핫팩 두개가 간신히 손의 온기를 지켜내고...발가락은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할 무렵... 

등산화 끈을 다시 고쳐메고, 스페츠를 점검하고... 백팩을 둘러 메었다. 미련을 버리고, 진고개 휴게소에 있는 내 차로 돌아가야 할 시각. 노인봉으로 올 때, 눈 속에 박혔던 내 발자욱들은 이미 흔적을 보기 어려왔다. 다시 러셀링, 전진 전진....

평창쪽에서 강릉쪽으로 넘어가는 쎈 바람. 노인봉 능선을 거칠게 할퀴고 지난 가는 눈보라...

눈보라의 움직임, 그리고 빨간 모자... 진고개로 돌아오는 길에 간신히 삼각대를 펼쳤다. 

Posted by 제플린 Con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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