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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고개

오대산 단풍, 두로봉 가는 길... #1(2022. 10. 9) 진고개 휴게소에서 향하는 길은... 늘, 노인봉 방향이었지요. 그런데, 엊그제 어느 블로그 길을 보다가 문득 느낌을 주는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능선길의 초가을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어요. 이번에는 동대산 방향으로 들머리를 잡았습니다. 오대산을 많이 와 봤지만, 동대산에서 두로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가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곳곳에 쓰러져 있는 고사목들이 많았어요. 등산객들도 별로 없어서, 한적했습니다. 가을의 정취가 이미 이곳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명을 다한 고사목들위에 이끼들이 자라고, 그 주변에 빨간 단풍이 어울렸습니다. 진고개에서 출발한 시각은 오전 5시. 10월 중순이라 캄캄했고, 공기는 차가왔습니다. 동대산에 도달하니 6시... 초행길 인지라 …어느 포인트들이 있는지 잘 알지.. 더보기
오대산 노인봉 (2021. 1. 30) 1994년, 그 뜨거운 여름... 김일성이 죽었던 그 여름... 나정이와 쓰레기가, 신촌 어디에선가 달달한 연애를 했던 '응답하라 1994' 여름... 그 해, 7월초에 여기를 지나서 소금강으로 향했었다. 사회 초년생, 첫 여름휴가 때 였었지? 아마... 그로 부터 27년이 지났다. 아주 뜨거운 여름 대신에, 가장 추운 겨울날을 고른 셈이었지만... 그 때에, 이렇게 근사한 정상석 (頂上石) 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랬던가?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전 기억이라서...) 험악한 눈구름이 머리 위로 휙휙 지나가고, 동남쪽 하늘에 일출의 바알간 기운이 잠시 보였다가, 이내 먹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행여나 해를 볼 수 있을까?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강풍이 몸을 밀어제끼고, 가져온 .. 더보기
진고개, 노인봉 가던 길 (2021. 1. 31) 눈보라가 가히 공포스러우리 만큼 거센 새벽...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지점이 허다하고, 쌓인 눈으로 등산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앞서 간 사람의 흔적은 없다. 러셀링... 푹푹 빠지는 눈길에 발자욱을 내며, 등산로를 만들며, 전진 그리고 전진... 사하라 사막의 미세모래가 쉼없이 강풍에 실려 이동하듯이, 내가 깊이 새겨놓은 발자욱 들도 가공할 눈바람들 속에 흔적이 삼키어져 갔다. 노인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동남쪽 지점에 붉은 기운이 보일 듯 하다가 금새 검은 눈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길 반복하더니, 결국 아침 8시를 넘겨버리고... 황병산 윤곽도 보일 듯 말 듯...눈보라는 짙고 강하게 시야를 가로 막았다. 이미 얼어붙기 시작한 물병 속에 남아있는 물 몇모금, 초코렛 두어개...양쪽 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