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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위한 글

오대산 노인봉 (2021. 1. 30)

1994년, 그 뜨거운 여름...

김일성이 죽었던 그 여름...

나정이와 쓰레기가, 신촌 어디에선가 달달한 연애를 했던 '응답하라 1994' 여름...

그 해, 7월초에 여기를 지나서 소금강으로 향했었다. 사회 초년생, 첫 여름휴가 때 였었지? 아마...

그로 부터 27년이 지났다. 아주 뜨거운 여름 대신에, 가장 추운 겨울날을 고른 셈이었지만...

그 때에, 이렇게 근사한 정상석 (頂上石) 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랬던가?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전 기억이라서...)

험악한 눈구름이 머리 위로 휙휙 지나가고, 동남쪽 하늘에 일출의 바알간 기운이 잠시 보였다가, 이내 먹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다. 행여나 해를 볼 수 있을까?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강풍이 몸을 밀어제끼고, 가져온 생수통이 얼어붙어 가고 있다. 주머니 속의 핫팩만이 꿋꿋이 내 응원군이 되어주고 있었는데...

쩝... 오늘도 그냥 평범한 내야 땅볼인거야?...

노인봉을 떠나기 전, 뒤돌아 한컷...

(후기 : 일출 태양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진고개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찍어 놓았던 발자욱들은 모두 눈보라 속에 사라져 버렸고, 한발짝 한발짝 길을 다시 뚫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