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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위한 글

동경 타워

 

동경 타워 

 

@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소설 '동경타워'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라는 큰 버스의 뒷자리에걸터 앉아 무임승차 하는 얌체 인상을 내게 뿌려댔다. 2/3을 채 못 읽고 책꽂이에 내 던지듯이 처박아 놓고선 다신 만지지 않았다재작년 어느날 이후, (그러니까 그 당시로부터 당분간은), 에쿠니의 어떠한 소설도 접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이건 뭐야, 글자의 배설이냐~…’

 

@ Lily Franky ‘동경타워, 엄마와 나와 때때로 아빠' 는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정성을 다해, 홀로 아들을 키운 엄마와 인생의 굽이굽이 골목길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아버지. 엄마와 나 둘이서만 살고, 때때로 아버지가 휘익 떴다 사라지는’ 특별한 가정환경과 이들의 묘한 삼위일체 이야기가 펼쳐진다. 폐광이 머지않은 규슈 치쿠호 지역의 다정한 이웃사람들, 외할머니와 명랑자매 이모들, 그리고 치열하게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괴상한 친구들’과의 유쾌 발랄한 우정….

  그러나 정작, 릴리의 원작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 수도고속도로 中 롭본기 (六本木) 교차로를 지나 동경만 쪽으로 Nissan Wingroad를 내달릴 때 좌측으로 솟아있는 동경타워가 잘 보인다. 최대 접점 기준으로 으로 대략 500미터 정도 되려나?...지금 wife를 마중하러 하네다 공항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 남들처럼, (?)나게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던 해묵은 미안함이었다. 그녀와 결혼 10주년을 기념하는 밤을 동경에서 보내게 된 것이 그 것을 다소나마 상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부풀었다. 그래 봐야, 저 화려한 롭본기의 고급 레스토랑의 불빛들을 뒤로 한 채, 그냥 무작정 터벅터벅 걷는 산책 데이트이지만 둘이서 밤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파견 생활비용을 아낀다고 노력은 했지만, 고작해야 저 불쑥 솟은 동경타워 전망대에 한번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꽤 많은 액수가 지갑으로부터 사라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벌써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내 왼팔에 가볍게 팔짱을 끼었다. 나도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괜찮아, 자기와 모처럼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 좋거든.

내 발걸음은 거침없이 경쾌하다. 약간 비가 내리고 있다. 고개를 들어 저 꼭대기 쪽 전망대를 바라보니, 안개구름이 약간 끼어 흐릿흐릿했다. (2005. 1월 어느날)